82년생 김지영

coco
7 min readDec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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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velization of a true story”

both fiction and non-fiction

예전에 비행기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 언젠간 책도 읽어야지 꽤 오랫동안 생각했다가 오늘 드디어 강남역 영풍문고에서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특히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내 엄마, 이모, 할머니 생각도 나고, 내가 계속 한국에서 살아서 사회생활도 한국에서 시작하고 100% 한국사회에서 살았으면, 미국에서의 삶과 어떻게 달랐을까도 생각했다. 물론 미국이라고 남녀평등사회는 절대 아니지만.

인상 깊거나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정보

  • “‘딸'이라는게 의학적인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성 감별과 여아 낙태가 공공연했다. 1980년대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성비 불균형의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배를 넘었다.” “김지영 씨가 태어났던 1982년에는 여아 100명당 106.8명의 남아가 태어났는데, 남아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1990년에는 116.5명이 되었다. 자연적인 출생 성비는 103명에서 107명이다.”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통 abortion rights/reproductive rights는 여성권리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이슈가 오히려 여아 낙태로…

옛날에 엄마가 말 해주신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날 때 쯤 의사들이 아기 성별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미국에서는 워낙 아기들 gender reveal 이 인기가 많아서인지 나한테는 약간 놀라운 문화적(?) 차이였다. 80년대/90년대 초 성비 불균형 때문에 오히려 90면대 중반/후반에는 여아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들이 아기 성별을 가르쳐 주는거를 정부에서 불법화했나?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 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솔직히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나도 주민등록번호에 대해 그냥 그런 줄만 알고 살았을 수도. 왜 한번도 내 주민등록번호는 2로 시작하고 창윤이꺼는 1로 시작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냥 그런 줄 알고 남자는 1/먼저, 여자는 2/다음 이라는 컨셉을 얼마나 어렸을때부터 “가르쳤으면" 내가 여태까지 한번도 질문을 하지 않아쓸까. 평생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사는 분들은 또 몇명이나 될까.

  • 서운함은 냉장고 위나 욕실 선반 위, 두 눈으로 뻔히 보이면서도 계속 무심히 내버려두게 되는 먼지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 사람 사이에 쌓여 갔다.”

서운함이 쌓인다는 표현을 먼지와 비유한게 인상 깊었다. 쌓이고 쌓이다가,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허망하게 불타 잿더미가 되는 감정의 먼지.

  •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작년에 PUBLPOL 105: Empirical Methods in Public Policy라는 수업을 들었다. 많은 걸 배웠던 좋은 경험이었는데, 특히 기억 남는 건 남녀임금격차에 대해서 배웠을 때다. 원인이 여러가지 있지만, 이 수업을 듣기 전에 생각 못 했던 건 같은직업을 가졌을 때 다른 임금을 받는 현상보다, 아예 처음부터 여자들이 남자들과 같은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현상때문에 남녀임금격차가 악화된 다는 것이었다. 아직 많은 사회에서 육아담당은 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나 강요하기때문에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직업을 가진다면 정규직/풀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일 확률이 더 높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임금차이도 날 수 밖에 없는것이다.

  •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그래도 지영아,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게 되는 걸 생각해 봐.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의미있고 감동적인 일이야. 그리고 정말 애 맡길 데가 없어서, 최악의 경우에, 네가 회사 그만두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게. 너보고 돈 벌어 오라고 안 해.”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나, 나도… 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집에 일찍 와야 하니까 친구들도 잘 못 만날 거고, 회식이나 야근도 편하게 못할 거고, 일하고 와서 또 집안을 도우려먼 피곤할 거고, 그리고 그, 너랑 우리 애랑, 가장으로서… 그래, 부양! 부양하려면 책임감도 엄청 클 거고.”

김지영 씨는 정대현 씨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 데에 비하면 남편이 열거한 것들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졌다. […] 안 그러려고 했는데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내가 많이 도울게.”

정대현 씨는 진심이었고, 그런 남편의 뜻을 잘 알면서도 김지영 씨는 불쑥 화가 났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This dialogue reminded me of the cartoon “You should’ve asked” or “Fallait demander” and the concept of ‘mental load.’

My goodreads review:

I saw the movie a while ago and loved it, so I had a feeling that I’d love the book, too — and I was right! I read the novel in Korean so I can’t speak to the English translated version, but assuming that the translation did justice to the original version, I would say that this is an absolute must-read. Many of the cultural references are pretty uniquely Korean/Asian, but the female experience of living in a patriarchal society is something quite universal that I think female-identifying folks/women everywhere can relate to. Cho Nam-Joo did a wonderful job in telling a story that can be so personal and universal at the same time while also seamlessly incorporating incredibly jarring and relevant statistics and empirical data. I’d say this is a must-read for everyone since I think that readers will either be able to relate to Ji-Young, or they can learn what it can be like/what it is like to be someone like Ji-Young.

Fun fact: Ji-Young was the most common name for baby girls born in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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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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