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on my flight from Seoul to San Francisco, the day before starting my Winter Quarter classes.
특별히 많이 감동 받은 책은 아니지만,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좋은 메세지가 많이 담겼고, ‘나무 의사’의 관점으로 나무에게서 배운 지혜에 대해 읽는게 재밌었다. There were times when I thought the author’s anthropomorphism (의인법/의인화) of trees might be going a little too far, but it was an interesting perspective to read about and learn from nonetheless.
특히 좋았던 문구/구절
서사/Prologue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준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것도 참 못 할 노릇이다. 하지만 나무 의사로서 나무를 돌보는 오늘도 나는 다시금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9)
초연하다: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
(돈 문제에 초연한 사람; 어느 누가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을까?);
보통 수준보다 훨씬 뛰어나다
의연하다: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 당당하다, 떳떳하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 사람은 산처럼 의연하고 강처럼 유하다; 젊은 나이에 결혼한 명수는 그래도 제법 의연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목련
“원장님, 이게 뭡니까. 약을 뿌리면 나무가 살아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시는 겁니까?”
그러자 그는 말했다.
“여기 수목원에 나무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약을 치면 나무는 살릴지 몰라도 나무가 뿌리 내리고 있는 흙이 죽을 테고, 그 다음엔 나무와 더불어 살던 작은 곤충도 사라질 겁니다. 그러면 자연히 둥지를 틀고 있던 새들도 떠나가겠죠. 나무가 아름다운 건 그 곁에 작은 풀이 있고, 밤새워 우는 작은 벌레가 있고, 날개 접고 쉬는 작은 새가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천리포수목원은 나무들의 천국일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본원에 자리하고 있는 자그마한 연못은 흰뺨검둥오리나 청호반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물론 해충도 그곳에서는 당당히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해충이라는 것 또한 인간의 시각에서 구분한 것일 뿐이니 말이다.
스스로 시련을 이겨 내고, 그 힘으로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참다운 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그렇게 더불어 살도록 만들어진 자연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94–95)
서어나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서어나무 자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놈을 친구 삼아버렸다. 사진 찍으러 다니는 내 친구처럼 귀찮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내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준 서어나무가 그저 고마울 밖에.
서어나무와 그 친구가 내게 그렇듯, 이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힘이 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에게 그런 존재가 뒬 수 있다면 사는게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138)
전나무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
전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음'에 있다. 다른 나무들처럼 휘거나 굽은 구석 하나 없이 그 몸통이 곧고 바르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절대 굽어 자라지 않고 하나의 줄기로, 위로만 뻗는다. 이렇듯 줄기가 하나의 줄기로, 곧게 자라는 특성을 ‘일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위로만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주변에 버텨 줄 만한 게 없으니 결국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휘청휘청 갈피를 못 잡게 된다.
그런데 전나무 숲의 나무들은 그렇게 위로먼 곧게 자라면서도 절대 흔들리거나 부러지는 예가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저희끼리 적당한 간격으로 무리를 이뤄 각종 풍상을 이겨 내기 때문이다. 만일 전나무가 저 혼자 잘났다고 한 그루씩 떨어져 자랐더라면 그 곧은 줄기가 눈이나 바람, 서리를 이겨 내지 못해 결국엔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전나무. 결국 더불어 사는 전나무의 모습은 제 스스로를 더 굵고 강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남을 앞지르려 하기보다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종국에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158)
휴식이 필요한 순간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거꾸로 사는 남자’란다. 만날 나무나 풀 얘기만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 혹자는 지극히 게으른 모습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 부럽다나. 실은 그 ‘여유'가 먹고살기에 찌들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어서 얻어진 것인데 말이다. (220)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
나무란 놈이 그렇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나무는 정성 들여 새순을 올리고 잎을 만들어 낸다. 한여름의 나무를 보면 그 간의 노력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겹치는 부분 하나 없이 모든 이파리들이 정교하게 제 위치를 찾아 그 본연의 녹색 빛을 뽐내고 있다.
그런데 나무는 그렇게 애쓰며 만들어 낸 잎들을 겨울이 오기 전에 모질게 끊어 버린다. 가을이 깊어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영양분을 거둬들인 다음 떨켜층을 만들어 후두둑 이파리들을 떨궈 버리는 것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도 견디기 힘들지만, 나무는 더더욱 그렇다. 가을에는 햇볕이 여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뿌리를 통해 공급 받는 수분의 양도 절만 이하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선 그동안 모아 놓은 에너지를 아주 조금씩만 쓰면서 추운 계절을 견뎌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나마 남아 있는 수분을 증산시키는 잎들을 모질게 떨어뜨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다시 새롭게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늦가을에 우리 눈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낙엽들이다.
[…]
나무는 그렇게 제 살을 깎아 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잎들에 대한 미련을 두지 않는다. 아무런 회의 없이 과감히 잎을 내친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230–231)
[…]
…그때는 몰랐었다. 그것이 단지 떨쳐 버려야 할 것에 대한 내 집착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일수록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235)
보잘것없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이유
숲이 생길 때 가장 중심부에서 그 틀을 잡아 주는 관목들은 어느 정도 숲이 완성되면 키 큰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여가리’, 즉 숲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키가 큰 교목들 틈에선 살아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리에 자리 잡은 관목들은 숲 주변부에서 자기들을 밀어낸 교목들을 보호해 준다. 이 볼품없는 관목들이 외부의 자연적인 재해에 맞서며 숲 전체를 지켜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숲은 보다 다양한 종이 어우러져 사는 건강한 모습을 이뤄 간다.
어디 그뿐인가. 불모지가 된 땅을 다시 푸르게 만드는 것 역시 보잘것없는 작은 나무와 풀들이다. 아무런 생명도 없던 메마른 땅에 평상시에 외면만 당하던 풀들이 들어와 개척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불모지에 가장 먼저 들어와 지반을 안정시키고 다른 나무들이 살아갈 윤택한 토양을 만들어 낸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숲의 사회에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많지 않다. 누군가 그 역할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무 세계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낸다. 그저 묵묵하게.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비록 보잘것없지만 나무 세계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그런 그들을 통해 나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곤 한다.
[…]
그런 나무를 보며 나도 내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닫곤 한다. 비록 남들 보기엔 하찮고 평범한 삶일지라도 말이다.앞으로도 나는 그 누구의 삶도 시샘하지 않으며, 남들이 내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관여치 않으련다. 내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 삶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254–258)
관목: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 무궁화, 진달래, 앵두나무 따위이다.
교목: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 소나무, 향나무, 감나무 따위가 있다.
불모지: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거칠고 메마른 땅;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곳. 또는 그런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지반: 땅의 표면; 일을 이루는 기초나 근거가 될 만한 바탕; 성공한 지위 또는 장소
(그는 회장이라는 지반을 발판으로 국회 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확고한 지반을 갖고 있다; 결국 우리 세대는 희생되고 지반 닦아 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윤택하다: 광택에 윤기가 있다; 살림이 풍부하다
(그는 윤택한 가정에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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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창윤이한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22년 새해를 좋은 책으로 시작해서 기분이 좋다.